이 장부는 사무실이 아니라
가게 주방에서 태어났습니다
만든 사람이 직접 장사를 합니다. 그래서 아는 불편이 있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2025년 9월, 인생 처음으로 가게를 열었습니다. 타코야끼와 꽈배기를 파는 작은 가게입니다.
손님 응대, 반죽, 튀김, 설거지, 재료 주문. 정신없이 셔터를 내리고 나면 밤 11시였습니다.
그제서야 드는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오늘 얼마 벌었지?"
영수증은 앞치마 주머니에 구겨져 있고, 재료값은 기억나지 않고, 통장 잔고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이런 걸 만들던 사람이었습니다
화장품 제조업 10년. 품질과 생산관리, 영업을 거치며 회사의 MES를 직접 설계했습니다.
ERP를 도입하고, 그룹웨어를 깔고, 직원들을 교육했습니다. 원가 한 톨까지 따지는 게 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었습니다. "내 가게 장부쯤이야."
완벽하게 만들었는데, 아내가 못 쓰겠다고 했습니다
BOM, 선입선출, 로트 추적, 원가율 대시보드. 공장에서 쓰던 걸 그대로 옮겼습니다. 기능으로는 완벽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화면을 몇 번 넘겨보더니, 조용히 닫았습니다.
"이거 한 줄 적으려면 열 번을 눌러야 하잖아.
나는 그냥, 오늘 얼마 벌었는지가 궁금한 건데."
문제는 기능이 아니라 제 욕심이었습니다
저는 원가 10원까지 파고들고 싶은 사람이었고, 아내는 오늘 손에 남은 돈이 궁금한 사람이었습니다.
둘 다 맞습니다. 틀린 건, 화면 하나로 두 사람을 다 만족시키려던 저였습니다.
좋은 장부는 기능이 많은 게 아니라, 안 쓰는 기능이 눈에 안 보이는 장부더군요.
그래서 아예 두 개의 모드를 만들었습니다
기본 모드는 아내의 모드입니다. 매출과 지출만. 마감하고 누워서 3초면 오늘 장부가 끝납니다.
전문가 모드는 저의 모드입니다. 레시피를 등록하면 재고가 자동으로 빠지고, 선입선출로 진짜 원가가 따라옵니다.
같은 가게, 같은 데이터. 얼마나 깊이 볼지만 사장님이 고르시면 됩니다. 나중에 바꿔도 기록은 그대로 남습니다.
지금도 저희 가게 마감은 이걸로 합니다
올내는 투자를 받아 기획서부터 시작한 서비스가 아닙니다. 매일 밤 셔터를 내리고, 저희 부부가 직접 쓰면서 고친 장부입니다.
손가락이 한 번 더 가면 그날 밤에 고쳤고, 아내가 끝내 안 쓰는 기능은 지웠습니다.
사장님의 오늘 하루도, 숫자로 남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올내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드 살펴보기